치과에 가면 "스케일링만으로는 안 되고 치은연하소파술이 필요합니다", "근관치료를 하고 크라운을 씌워야 합니다" 등 알 수 없는 전문 용어들 때문에 당황하신 적 있으시죠?
의사의 설명을 정확히 이해해야 내 치아 상태를 제대로 알고, 나에게 꼭 맞는 치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환자분의 눈높이에서 치과 용어를 아주 쉽게 풀어서 설명해 드립니다.
1. 치아와 잇몸의 구조: 내 입안의 지도 읽기
거울을 들어 입안을 들여다보세요. 하얀 치아와 분홍빛 잇몸이 보이죠? 겉모습뿐만 아니라 속 구조까지 알아야 치료 과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치아의 구조: 겉은 단단, 속은 예민
- 법랑질 (Enamel): 치아의 가장 바깥쪽을 감싸고 있는 반들반들하고 단단한 층입니다. 우리 몸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으로 치아 내부를 보호합니다. (법랑 냄비의 그 '법랑'처럼 단단하고 매끄럽습니다.)
- 상아질 (Dentin): 법랑질 안쪽에 있는 노란빛의 조직입니다. 법랑질보다 무르고 신경과 연결된 미세한 관들이 있어 충치가 여기까지 진행되면 시리거나 통증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코끼리의 상아와 비슷하다고 해서 상아질이라 부릅니다.
- 치수 (Pulp): 치아의 가장 안쪽, 핵심부입니다. 혈관과 신경이 모여 있는 연한 조직입니다. (뼈 속의 '골수'처럼 치아 속의 '수'입니다.) 충치가 여기까지 도달하면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 치수강: 치아 머리(상부) 쪽에 신경과 혈관이 모여 있는 빈 공간입니다.
- 치근관 (근관): 치아 뿌리(하부) 쪽으로 뻗어 있는 얇은 관 모양의 통로로, 신경과 혈관이 지나갑니다. '신경치료(근관치료)'는 바로 이곳의 병든 조직을 제거하는 치료입니다.
잇몸과 지지 조직
- 치은 (Gingiva):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잇몸'입니다. 치아 목 부분을 감싸고 있는 분홍색 점막 조직입니다.
- 치주 (Periodontium): 치아를 지탱해 주는 모든 조직을 말합니다. 잇몸(치은)뿐만 아니라 치아 뿌리(치근), 치아를 잡고 있는 잇몸뼈(치조골), 치아와 뼈를 연결하는 인대(치주인대)를 모두 포함합니다.
- 치근 (Root): 잇몸 뼈 속에 박혀 있는 치아의 뿌리 부분입니다.
2. 충치(치아우식증) 치료와 보철의 종류
치과에서는 이가 썩은 것을 '치아우식증'이라고 합니다. 썩은 부위를 긁어내면 빈 공간이 생기는데, 이를 때우거나 씌우는 것을 '보철치료'라고 합니다.
치료 범위에 따른 분류
- 인레이 (Inlay): 충치 범위가 좁을 때 사용합니다. 충치를 제거한 치아 안쪽(In) 홈에 딱 맞는 조각을 만들어 끼워 넣습니다.
- 온레이 (Onlay): 충치 범위가 넓어 치아의 씹는 면 위쪽(On)까지 덮어야 할 때 사용합니다.
- 크라운 (Crown): 충치가 아주 심하거나 신경치료를 해서 치아가 약해진 경우, 치아 전체를 왕관(Crown)처럼 감싸서 보호해 줍니다.
3. 신경치료? 아니, 근관치료!
충치가 심해져 치아 속 신경(치수)까지 세균이 침투하면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생깁니다. 이때 받는 치료가 흔히 말하는 '신경치료'입니다.
- 근관치료 (Endodontic treatment): 정확한 명칭입니다. 아픈 신경을 치료해서 살리는 것이 아니라, 병든 신경과 혈관을 깨끗이 제거하고 소독하여 통증을 없애는 치료입니다.
- 파일 (File): 신경치료에 사용하는 얇고 거친 침처럼 생긴 도구입니다. 좁고 구불구불한 치근관 속의 신경을 긁어낼 때 씁니다.
- 러버댐 (Rubber dam): 치료 중 침이나 세균이 들어가는 것을 막고, 독한 약재가 입안으로 흘러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치아에 씌우는 고무 막입니다.
4. 뭘로 때우고 씌울까? (재료 이야기)
치료한 치아를 무엇으로 채울지 결정해야 합니다. 재료마다 장단점과 비용이 다릅니다.
- 아말감 (Amalgam): 은색의 수은 합금입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가장 저렴하지만, 수은 함유 논란과 환경 문제, 치아 변색, 약한 접착력 등의 단점으로 최근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추세입니다.
- GI (글래스 아이오노머): 치아색이 나는 재료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저렴합니다. 하지만 강도가 약하고 잘 닳아서 주로 임시로 때우거나 씹는 힘을 적게 받는 부위에 사용합니다.
- 레진 (Resin): 치아색과 매우 유사한 강화 플라스틱입니다. 심미적이고 치아 삭제량이 적어 충치 범위가 넓지 않을 때 가장 많이 사용됩니다.
- 금 (Gold): 인체에 가장 무해하고 강도와 마모도가 자연치아와 비슷해 기능적으로 가장 우수한 재료입니다. 단, 금색이 눈에 띄어 어금니에 주로 사용하며 비용이 비쌉니다.
- 지르코니아 (Zirconia): '인공 다이아몬드'라 불릴 만큼 매우 단단하고 치아색과 똑같아 심미성과 강도를 모두 잡은 재료입니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재료입니다.
- PFM (도자기 융합 금속): 겉은 치아색 도자기(Porcelain)이고 속은 금속(Metal)인 재료입니다. 저렴하고 심미적이지만, 겉의 도자기가 깨질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잇몸 경계가 검게 보일 수 있습니다. 요즘은 지르코니아 가격이 내려가서 PFM은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 올세라믹 (All-Ceramic): 금속 없이 전체를 세라믹(도자기)으로 만든 크라운입니다. 투명도가 높아 자연치아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예쁘지만, 강도는 지르코니아나 금보다 약해 주로 앞니에 사용합니다.
5. 예뻐지는 치과 치료 (심미치료)
- 라미네이트 (Laminate): 앞니가 살짝 깨지거나 벌어졌을 때, 치아 앞면을 얇게 다듬고 인조 손톱 같은 얇은 도자기 판을 붙이는 시술입니다. 연예인들이 많이 하는 치아 성형 방법입니다.
- 미백치료: 과산화수소 성분의 약제를 이용해 누렇게 변색된 치아를 하얗게 만들어 줍니다.
6. 잇몸병(풍치)과 잇몸치료
양치질을 소홀히 하면 음식물 찌꺼기가 굳어 치석(돌)이 됩니다. 치석은 세균의 집이며, 잇몸 염증(치은염)을 일으키고 심해지면 잇몸뼈를 녹여 치아가 흔들리는 치주염(풍치)으로 악화됩니다.
잇몸치료 단계
- 스케일링 (치석제거): 잇몸 위쪽, 눈에 보이는 치석을 초음파로 제거합니다. (연 1회 건강보험 적용)
- 치근활택술: 잇몸 안쪽으로 파고든 치석과 거칠어진 치아 뿌리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어 줍니다.
- 치주소파술 (치은연하소파술): 마취 후 기구를 잇몸 속으로 넣어 깊은 곳의 염증 조직과 치석을 긁어내는 수술입니다.
7. 치아를 잃었을 때 (발치 후 치료)
- 임플란트 (Implant): 치아가 빠진 잇몸뼈에 티타늄 나사(인공 뿌리)를 심고 그 위에 인공 치아를 올리는 시술입니다. 자연치아와 가장 비슷하고 씹는 힘도 좋습니다.
- 브릿지 (Bridge): 빠진 치아 양옆의 치아를 갈아서 다리(Bridge)처럼 연결해 인공 치아를 걸어주는 방법입니다.
- 틀니 (Denture): 잇몸에 끼웠다 뺐다 하는 의치입니다. 치아가 하나도 없으면 '완전 틀니', 몇 개 남아 있으면 '부분 틀니', 임플란트를 지지대로 사용하여 덜 흔들리게 만든 '임플란트 오버덴쳐'가 있습니다.
요약: 이것만 알면 치과 고수!
- 치은염: 잇몸에만 염증이 있는 초기 상태 (스케일링으로 치료 가능)
- 치주염(풍치): 잇몸뼈까지 염증이 퍼진 상태 (잇몸치료, 수술 필요)
- 근관치료(신경치료): 치아 속 병든 신경을 제거하는 것
- 크라운: 치아 전체를 씌우는 것 (금, 지르코니아 등)
- 인레이: 치아 안쪽을 때우는 것
- 임플란트: 뼈에 나사를 심어 치아를 만드는 것